
1. 유리체절제술 가스 주입, 피할 수 없었던 백내장의 시작
망막박리 수술로 유리체절제술을 받게 되면 많은 분이 가스 주입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저 역시 망막을 제대로 유착시키기 위해 가스를 넣었는데, 이때 교수님께서는 한 가지 경고를 하셨어요. 가스 주입은 개개인에 따라 시기는 다르지만 결국 수정체의 변성을 가져와 백내장을 유발한다는 사실이었죠. 하지만 1차 공막돌륭술로는 문제가 해결되지않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였어요. 보통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망막 수술과 백내장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하지만 저는 아직 젊은 나이였기에 처음부터 유리체절제술보다는 최대한 본래의 수정체를 살려보고자 공막돌륭술을 했었던 것이었습니다.
가스가 다 빠질 때까지 머리를 숙이고 엎드려 생활해야되는데 아이들을 케어하면서 온종일 엎드려 지내기에는 힘들었고 예상보다 빠르게 수정체에 무리를 주었습니다. 수술 한 달 만에 시야가 급격히 뿌옇게 변하기 시작했고 초기 백내장 진행을 늦추기 위해 '가리유니 점안액'을 처방받아 열심히 넣어보았지만 가속화된 백내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어요. 결국 늦추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판하에 저는 다시 한번 백내장 수술이라는 큰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2. 왜 가스 주입 후 백내장이 생기나요?
망막 수술(유리체절제술) 후 백내장이 발생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매우 빈번한 합병증입니다. 주요 원인은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 가스 주입과 수정체의 접촉: 눈 안을 채운 가스는 수정체 뒷면과 직접 닿게 됩니다. 이때 가스가 수정체의 영양 공급을 방해하고 물리적인 압박을 주어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을 유발합니다. 엎드린 자세는 가스를 눈 뒷부분으로 보내 수정체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역활을 합니다.
· 수정체 대사 변화: 유리체절제술로 안구 내부의 액체 성분이 바뀌면 수정체를 보호하던 항산화 작용 등이 약해져 진행 속도가 급격히 빨라집니다.
· 염증 반응: 수술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염증들이 수정체 조직을 변성시키기도 합니다.
3. 망막 환자의 백내장 렌즈 선택: 왜 다초점이 아닌 단초점인가?
백내장 수술을 앞두고 가장 고민되는 지점은 바로 인공수정체 렌즈의 종류입니다. 요즘은 노안까지 교정되는 다초점 렌즈를 많이 선호하지만 저처럼 망막이 좋지 않은 환자들에게는 선택지가 정해져 있는 편입니다. 다초점 렌즈는 빛을 분산시켜 초점을 맺기 때문에 망막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대비 감도가 낮아지고 오히려 시야가 더 흐릿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교수님께서도 망막 환자는 단초점 렌즈가 가장 안전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고심 끝에 제가 선택한 렌즈는 '아이핸스 토릭(Eyhance Toric)'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단초점 렌즈보다 중간거리가 조금 더 잘보이고 제가 가진 난시까지 교정해 줄수 있는 토릭 기능을 포함했죠. 특히 렌즈 도수를 정할 때 건강한 반대쪽 눈이 가까운 거리를 봐줄 테니 수술하는 눈은 먼 거리가 잘 보이도록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시력이 정산인 눈과 수술한 눈의 역할 분담을 통해 최선의 시야를 확보하려는 전략적인 선택이었습니다.
4. 수술 후 마주한 현실: 짝눈 부적응과 빛번짐의 고충
백내장 수술만 마치면 모든 불편함이 사라질 줄 알았지만 실제 적응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했습니다. 현재 저는 외출할때는 수술하지 않은 정상눈에만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집에서는 정상눈에만 도수가 들어간 안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양쪽 눈이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과 보이는 선명도가 다르다 보니 뇌에서 이를 하나로 합치는 과정이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이른바 '부등시(짝눈)'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이저럼증은 물론이고 거리감을 잡는 것이 이전만큼 쉽지 않더라고요.
가장 큰 일상의 변화는 야간 운전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수술 후 빛번짐 현상이 나타나면서 밤이면 가로등이나 차량 전조등 불빛이 사방으로 퍼져 보이고 시야 확보가 매우 어렵습니다. 밤길 운전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가끔은 속상하지만 그래도 실명의 위기에서 이만큼의 시력을 지켜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주어진 시야 안에서 조금씩 적응해 나가는 것이 현재 저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5. 백내장 수술을 앞둔 망막 환우를 위한 조언
저와 같은 길을 거도 계신 환우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수술 결과에 대해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라는 것입니다. 망막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의 백내장 수술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회복과 적응이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 렌즈 선택 시 반드시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교수님과 깊이 상의하세요. 다초점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망막 환자에게는 단초점이 시력의 질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길일 수 있습니다.
· 가리유니 점안액은 초기 진행을 늦출 수는 있지만 가스 주입 후 급격한 진행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수술 후 양안의 시력 차이로 인한 불편함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안경이나 렌즈 도수를 여러 번 조정하며 본인에게 가장 편안한 지점을 찾아야 해요.
· 빛번짐과 같은 부작용에 대비해 야간 활동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 우리가 지켜낸 이 시야가 얼마나 소중한지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조금 느리더라도 우리는 천천히 적응해 나갈 수 있습니다.
망막박리에서 백내장 수술까지 지난 1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시력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이핸스 토릭 렌즈로 다시 마주한 세상은 예전만큼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시금 아이들과 눈을 맞출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안대 뒤에서 불안해하고 계실 많은 분이 제 후기를 보며 힘을 얻으셨으면 합니다. 우리 눈은 조금 느려졌을 뿐 여전히 소중한 세상을 담아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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